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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짊어진 디자이너의 미래,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 디자인계라는 토양 속에서 디자이너 개개인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숙제 투성이다. 이런 디자이너의 미래에 대해 덩치 큰 기업의 수장 디자이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석자
한명수 (주)FID의 디자인 총괄 이사, (주)FRUM의 아트 디렉터, 이노이즈 인터랙티브의 이사를 거쳐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싸이월드의 디자인을 새롭게 바꾼 디자이너가 바로 한명수 이사다.

조수용 프리첼 디자인센터의 센터장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 nhn CMD 부문 본부장으로 활동중이다. 국민 포털 네이버의 초록색 네모진 검색창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박영민 (주)바이널을 공동 설립했으며, 현재 (주)바이널의 e-컨버전스 사업부문 대표로 활동 중이다. CGV, Shiseido 등의 유명 웹사이트 디렉팅, KTF Na Magazine 등의 잡지 및 단행본 제작 등 활동 영역도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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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쪽부터 박영민, 조수용, 한명수) - nhn 조수용 센터장 집무실

솔직히 말하자. 한국은 디자인 후진국이다. 한국에서 만든 디자인이 ‘후지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디자인 강국이라 불리는 타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행인 것은 꾸준히 발전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그나마 수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을 흡입하고 있는 대기업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미래와 디자인계의 미래를 어떻게 짊어지고 갈 계획일까?

CA : 먼저 회사 얘기 좀 해볼까요? nhn의 경우, 특히 네이버는 디자인, 특히 색깔 면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탈들이 네이버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답일까요?

조수용 : 저희도 녹색 말고 딴 색을 쓰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요. 네이버는 녹색이다라는 공식이 너무 강해서요.

한명수 : 근본적으로는 생명력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럴 때 한 색을 쓰면 금방 한계가 오고 여러 가지 색을 쓰면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한 색을 쓰던 여러 색을 쓰던 꾸준히 자라날 수 있는 시스템만 잘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질리지 않는 것을 만들 수 있거든요. 다만 디자이너들이 그런 것을 어려워하는 거죠.

박영민 : 그래도 네이버에서 들고 나온 아이덴티티의 방법론은 너무 강력해서 우리나라에선 깨기가 쉽지 않아요. 디자이너 뿐 아니라 이쪽 계통의 종사자들이 네이버가 정답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어요. 사실 정답이란 것은 너무 많은데 말이죠.

조수용 : 전 요즘 네이버라는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나이 들어 버리면 끝이다 라는 느낌 때문에 뭐랄까... 불만족스럽거든요. 사실 순식간에 너무 빨리 늙어버렸어요. 지금 녹색이라는 컬러가 나온 것이 1년 반도 채 안됐거든요. 그런데 벌써 한 10년 정도 한 것 같고 신선한 느낌이 없어져 버렸어요. 제 느낌은, 브랜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이 부족한 것 같아서 딜레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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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해외의 경우, 유명 브랜드도 갑자기 변신을 하는 경우가 많죠?

한명수 많죠. 애플도 그랬고요. 다른 곳도 근본은 남기지만 계속 변하죠.

박영민 최근엔 포토샵이 바뀌었죠.

한명수 어도비의 디자인들은 처음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지만 조금 지나다보면 ‘아, 이게 정답이구나’라고 인식이 돼요. 그렇지 않아요?

박영민 요즘은 이데올로기가 없어진 채 효율성만으로 디자인을 하는 시대니까요. 그 최전선에 바로 어도비가 있는 거죠. 제가 봤을 땐,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어 보여요.

한명수 앞서간 자들의 특권이고 기득권이죠.

조수용 네, 하지만 그런 것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요. 너무 앞서가면 멀어지니까.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상당히 힘들죠.

한명수 디렉터가 할 수 있는 일도 굉장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에요.

조수용 아이덴티티는 회사의 모든 것이 달린 이슈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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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대기업의 아트 디렉터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뭐가 있을까요?

한명수  제가 사실은 저번에 조수용 본부장님을 만나서 개인적으로 여쭤본 게 있어요. 지금 nhn이 디자이너의 블랙홀인데, 그렇게 흡수해 버린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나중에 무엇을 하는 것이 목표인지를 여쭤봤거든요. 저희 SK커뮤니케이션즈같은 경우 디자인 에이전시에 있다가 대기업에 와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전 대놓고 물어봐요. ‘나중에 뭐 하고 싶어?’ 그러면 전혀 대답을 못해요. 어쩔 줄 몰라 해요.

박영민 인터랙티브 쪽이 아닌, 자동차 디자인이나 제품디자인 쪽에서 경력을 계속 키워나가면 도착점이 어디죠? 교수인가? 제가 봤을 땐, 경영자도 아니고... 뭐가 딱 잡힌 것이 없어 보여요.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아예 저희가 1세대라고 볼 수 있는 경우라 더하죠.

조수용 그래서 10년, 20년 후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고 고민이 되요 사실. 앞으로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고 보편화 될 텐데, 그럼 결론은 두 가지에요. 디자이너가 디자인만으로도 밥을 굶지 않는 세상이 오거나 누구나 다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오거나 둘 중에 하나죠. 하지만,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미래의 디자인 사회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결국 어떤 사람이던 디자인 센스를 보편적으로 가지게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아요.

한명수 외국의 경우 한 디자이너가 디자인이라는 외길로 40살, 50살 먹어도 존경받으면서 자기 할일 해요.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죠. 40대, 50대 때까지 자기 전문성을 고집하면 오히려 우습게보죠. 해외에 가면 작은 스튜디오건 큰 회사건 매니지먼트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의 전문성을 키우죠. 존경도 받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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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한국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바로 거기에 있어요. 나이가 많이 든 선배 디자이너의 롤모델이 희박하다는 거죠. 그나마 찾은 롤모델은 디자이너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인터넷 기반인, 저희 같은 디자이너는 사실 미래를 몰라요.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곳은 전통적인 제품디자인쪽인데 일의 속성이 제가 보기엔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저도 고민하고 있어요.

한명수 대신 저는 그런 가이드는 줘요. 좋아서 하지 않는 일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고요. 예를 들어,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인원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 자기만의 특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한테는 과장이니 팀장이니 하는 직급을 절대 안주거든요. 관리직처럼 되어버리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 그친구들은 고마워해요. 좋아하는 일만 하게 배려해 주니까. 그래도 그건 저희 조직 안에서 얘기죠. 조금만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도 자기들은 직장생활을 몇 년씩 해도 직책을 맡아본 경험도 없고, 그래서 조직개편 때문에 다른 일을 맡게 되면 그걸 못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다 불안감으로 표출되죠. 저는 회사차원에서 그런 점들을 다 해결해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제 윗분들에게도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시스템을 맞춰야 한다고 늘 말씀을 드려요. 예를 들어 팀장급들 중에 작업을 하는 팀장이 있고 하지 않는 팀장이 있어요. 자기 특기와 전문성을 살리는 다른 스타일일 뿐이에요. 그런데 팀원들도 또 의견이 분분해요. ‘우리 팀장은 입으로 디자인해’라면서 존중해주지 않고 ‘우리 팀장은 혼자 다하려고 해’라고 싫어하기도 하죠. 그러니 팀장 스타일에 맞는 팀을 꾸려나가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올해는 사람에 맞는 조직을 만들기로 제 나름대로 정했어요. 그리고 이런 것은 nhn에서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박영민 팀 구성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전 가장 이상적인 조직 구성을 10:30:60이라고 생각해요. 10명의 엘리트와 30명의 시니어 60명의 주니어죠. 10명의 리더는 크리에이티브의 문화를 만들고 30명은 그것을 잘 소화해서 60명의 주니어를 기르고 양육시켜야하죠. 물론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이상적인 그룹이죠.

조수용 얼마 전 이노이즈의 박실장님하고 대표님과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시겠지만, 이노이즈라는 브랜드로 최근 자전거도 판매개시를 하셨고 까페도 운영하시는데, 그런 모습이 디자이너의 로망이에요. 즉,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가 ‘을’의 입장이 아니라 ‘갑’의 입장이 되는 것이라는 거죠. 지금 디자이너의 미래와 지향점이 안 보인다는 것은 ‘을’의 입장으로서 미래가 안 보인다는 거지 ‘갑’의 자리에서 보면 훨씬 다양할 수 있겠죠.

한명수 정말 순수하게 디자이너로서만 살고 싶다고 한다면 ‘갑’의 방향으로 가야겠죠. 하지만 그쪽 길은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월급의) 안정성과 개인이 원하는 것을 다 잡고 싶은데, 그 기로에서 쉽게 결정할 수가 없는거죠. ‘조직 안에 저를 묶지 말아주세요. 그렇지만 월급은 받고 싶어요’라고. 저는 작은 조직과 큰 조직에서 고루 일해봤는데, 작은 조직에서는 내가 제안한 것이 다 이루어지는 성취감이 있고, 큰 조직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 목소리를 낸다는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박영민 결국 결단의 문제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해야 하는데 자꾸 타협을 하는 거죠. 돈도 벌어야 되지, 그 조직에 적응해야 하지... 정신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막 달려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불투명해 보이는 거죠. 전 결단을 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수용 디자이너라면 어느 위치에 있던지 한번 씩 깊게 고민하는 부분이죠. 그래서 nhn나 SK, 바이널같이 수익도 많이 내는 기업이라면 이런 디자이너의 숙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풀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선례를 본적은 없지만요.

한명수 디자인이란 건 결과물만이 아니라 모든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런 어려운 점을 디자이너답게 디자이너들이 창의력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숙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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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차원에서 미래에 불안감을 다 해결해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시스템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죠."
한명수 SK커뮤니케이션즈

"지금 디자이너의 미래와 지향점이 안 보인다는 것은‘을’의 입장으로서 미래가 안 보인다는 거지 ‘갑’의 자리에서 보면 훨씬 다양할 수 있겠죠."
조수용 NHN

"한국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바로 거기에 있어요. 나이가 많이 든 선배 디자이너의 롤모델이 희박하다는 거죠."
박영민 바이널


<CA 2008년 6월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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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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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denzels의 생각

    Tracked from denzels' me2DAY 2009/03/01 21:27  삭제

    개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2. Subject: 미리야의 생각

    Tracked from miriya's me2DAY 2009/03/06 04:0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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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bject: 브랜드 컬러? 블로그 컬러!

    Tracked from Lifelog.com 2009/07/09 17:09  삭제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기업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그 기업이 생산해 내는 제품의 가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제품을 더 높은 값에 판매하는 일(같은 커피가 담겨 있는, 컵에 스타벅스 로고가 붙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음)이 가능해지고, 때론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들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아이팟 매니아들이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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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k 2008/10/20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자이너에게 있어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 나간다는건.
    스스로에게 있는것 같아요.
    항상 국내 디자이너들은 환경탓만 하면서 해외 올드디자이너들을 부러워 하기만 하잖아요.

    솔직히 국내 디자이너들은 미래와 비전이 없어서라기보다 두려워서 포기하는 사례가
    더욱더 많으니까요.

  2. BlogIcon ccca 2008/11/03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에게나, 어떤 일에서든 내일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존재하지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항상 준비하는 것이구요. 이럴 때, 좀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이 있음도 알 수 있고, 그러면 선택의 폭도 넓어져 두려움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3. BlogIcon 컨템퍼버리브래스뽑 2009/03/02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제 막 사회로 접어는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학생인데요,
    저도 디자이너의 길, 장인정신을 가지고 뚝심있게 한곳만 바라보고 싶었지만, 디자이너가 되고싶다고
    한곳만바라본다는 생각도 잘못됬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줄 아는 것, 자신의 하고있는 일을
    멋지게 디자인할줄 아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이 기사를 읽으니, 그런 고민들이
    좀더 확실해 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