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지포드(Hoss Gifford)
4년간 건축학을 공부한 후 그래픽 디자인에 뛰어든 호스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경험 창작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폭넓은 경험을 이용해 인상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 낸다.
www.flamjam.com
누군가가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난관에 봉착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즉각적인 대응은 내 의견을 명백히 밝히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처사는 이를 무시하는 거다. 왜냐하면 불평해 봤자 원인에 대한 관심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현명한 판단인지는 안다. 하지만 이미 분노가 내 몸을 장악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성은 이미 마비되었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이 크리에이티브 잡지에 장문의 글을 남긴다.
이 글은 당신에게 보내는 것이다. www.occupyflash.org 웹사이트를 책임지고 있는 당신 말이다. 플래시의 미래에 대한 논쟁에서 관심을 얻기 위해 시류에 편승하려는 당신의 무식한 행동이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먼저 배경 설명을 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사이트에서 컴퓨터에서 플래시 플레이어를 삭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HTML5를 이용해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자신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계정까지 만든 이 사이트의 담당자가 제안한 이 아이디어에 대해 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제시한다.
첫째,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아랍의 봄(Arab Spring) 시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모습을 숙연히 바라보았다. 이러한 사람들 덕분에 무관심했던 대중들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비록 OWS 시위대는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일쯤은 이미 감수하고 있다(대부분의 서양인에게 이는 엄청난 다짐이다.). 자신의 이름을 숨긴 아큐파이 플래시(Occupy Flash)의 누군가는 이런 중요한 다짐을 하찮게 만들어 버린다. 짜증나게도 말이다.
둘째, 데스크탑에서 플래시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 중 하나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캠페인을 열성적으로 벌이는 것 대신 HTML5 지원 브라우저를 유행시키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더욱 효과적이었을 거다. 사람들이 최신 브라우저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장려하는 데 이런 노력을 쏟아 부었더라면 나를 열 받게 만든 그 사람은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으리라.
물론 이와 정반대되는 시각을 가진 광신도들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플래시 웹사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날로 증가하는 공격에 대항하여 죽거나 살거나 끝장을 볼 때까지 자신들의 플래시 기술을 방어한다.
이런 플래시 광신도들도 정말 바보들이다. 이들은 영화 홍보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플래시를 사용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미 영상과 이미지로 떡칠이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이 무지몽매한 자들이어, 깨어나라. 플래시의 도움이 없어도 브라우저는 영상과 이미지를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플래시 사이트의 자리는 웹에 존재한다. www.experience.mtvnhd.com과 www.takethislollipop.com처럼. 비록 반대를 위한 반대론자에게 굴복하는 것 같고 창의성에 안녕을 고하는 것 같아 수치스럽지만.
어도비는 모바일 플래시 플레이어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이러한 양단의 광신도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어도비의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왜냐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플래시가 차지했을 그 영역에 자신의 노력을 집중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년간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총 세 번 플래시 플레이어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특히 데스크탑 모니터를 기준으로 하는 모놀리식 컨텐츠를 휴대폰에서 바라보면 전혀 감흥이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도비에서 모바일 플레이어를 아무리 훌륭하게 만들더라도 형편없는 사용자 경험 때문에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마음을 바꾸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게 플래시 개발자들이 곧 길바닥에 나앉게 될 것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사람들이 미디어 기술에 상관없이, 브라우저가 아닌 고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리치 미디어 경험을 영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각 모바일 플랫폼의 앱 스토어 때문인데, 데스크탑과 비교해 딸리는 부분이 결국 브라우저가 주는 즐거움에 대한 요구를 가져왔다. 따라서 어도비가 고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데스크탑 브라우저의 리치 컨텐츠에 플래시의 미래를 건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마지막으로, 플래시가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머쉬나리움(Machinarium), 트윗 헌트(Tweet Hunt) 그리고 잇츠 클록(It’s a Clock)을 즐기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문제들로 투덜거리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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